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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주고받는 사람들의 소중한 이야기 연극 <태엽> 개막


(경기뉴스통신) 연극 <태엽>이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신춘문예 단막극전 출품, 일본 공연 등을 거치며 돌고 돌아 드디어 대학로에 안착했다.

작가 김경주는 이미 시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번 공연 <태엽>을 비롯하여 연극 <블랙박스>, 뮤지컬 <까르마조프-대심문관> 등 시,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다.

그의 작품은 소소해 보이는 일상이 여러 겹 겹쳐지며 하나의 주제로 묶여 보이는 힘이 있다.

주성근 연출로 대학로 76스튜디오에서 오른 이번 공연이 특히 그렇다.

오래된 시계 수리 점을 운영하는 장씨와 그의 아들, 그리고 수상한 여인의 관계, 한 동네에서 성장한 건물주와 세입자, 범인을 잡아야 하는 경찰과 도둑, 사랑을 찾는지 삶을 버티는지 모호한 엄마와 아들, 그리고 러시아 사람들, 애틋한 사랑인 듯한 연인, 일확천금을 노리는 듯한 사람, 그리고 오래되어 고장난 시계를 살리고자 하는 사람.
이 모든 이야기들이 꽉 조여진 시계 부품처럼 물려있고, 째깍 째깍 끌려 돌아간다.

한 편의 연극에 많은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복잡하고 부산할 듯하지만, 시인 작가답게 은유와 상징을 적절히 버무려 마냥 이쁜 이야기, 마냥 격정적인 이야기처럼 보인다.
모든 구조가 대립되는 상대가 있고, 갈등이 있다.
하나하나는 ‘왜 꼭?’ 이라고 폄하할 수 있지만, 이것들이 잘 짜여져 물려있으니 큰 이야기가 되고, 매 순간이 커다란 선택이 되고, 결국은 어쩔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진다.

김귀선이 연기하는 장씨는 오래된 전통과 자신의 철학을 지키려는 인물을 대표하고, 오현철이 연기하는 그의 아들 이강은 현실을 부정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 하는 인물을 대표한다. 여기에 이하나가 연기하는 여인은 지난날에 대한 후회와 새로운 시작을 하고자하는 인물을, 이계영이 연기하는 건물주는 때론 친절하고 때론 인정사정없는 인물을, 박채익이 연기하는 경찰은 원칙을 지켜야 하지만 때론 갈등하는 인물을, 유소라가 연기하는 여자 친구는 즉흥적이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는 젊은 세대의 모습 대표한다.
이들이 내뱉는 대사는 오직 한 가지를 향해 가고 있다.

바로 시간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어찌 보면 시간을 사용하는 것이다.
식사를 하는 것도, 잠을 자는 것도,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각자가 갖고 있는 시간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 속에 비밀도 있고,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들어있다.
극 중에서 살아가는 각각의 인물들은 각자의 이유들이 있다.
왜? 어째서? 어떻게?
그들은 어차피 공연의 끝을 향해 간다.
관객들도 시간을 사용하여 공연을 보러 온다.
그 시간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가슴 깊이 울려오는 이야기를 만나게 될 것이다.
배우들이 외치는 거친 소리, 내뿜는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곧 봄을 만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