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뉴스통신) '어리-이제의 연인'이 1일부터 오는 10일까지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오는 29일부터 5월 8일까지는 대학로예술극장 3관에서 공연을 확정했다.
육성과 악기의 소리를 접합하여 언어이상의 표현을 찾고자 했던 지난 2014년의 <어리> 초연은 문화관광부와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주최하는 제2회 창작 국악극대상에서 작품상인 최우수상과 연출상을 수상하며 그 실험의 가치를 인정 받았다. 2015년 7월에는 스페인의 전통있는 국제연극제인 제38회 알마그로 국제고전극축제에 공식 초청되어 전 세계에 <어리>의 한국적이면서도 독특한 깊이를 선보였다.
국립국악원 금요공감, 문화역서울284 RTO극장 오픈스페이스 공연 등을 거쳐 2016년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새로이 선보이게 될 <어리>는 진지한 성찰과 함께 지속 가능한 글로벌 레퍼토리로 성장할 것이다.
<어리>는 양녕대군 폐세자 사건과 그에 관련된 세자 이제와 어리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굿을 통해 그들의 혼을 불러옴으로써 재현한다. 이때 굿은 단순한 연극의 한 장면으로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굿 안에 사건의 재현이라는 연극이 들어오는 기존의 틀을 뒤집는 독특한 형태를 취한다. 공연에 안무로 참여한 국립무용단 박기량은 전통 가무악의 거목이자 중요무형문화제 제72 호 진도씻김굿 예능 보유자이셨던 姑 박병천 선생님의 제자로 씻김굿의 원형을 간직하고 밟아온 몇 안되는 전통 예인이기도 하다.
또한 <어리>는 양녕대군 폐세자 사건이라는 소재부터 국악 연주로 순간순간 변화하는 무대와 씻김굿의 차용 등 까지 전통을 끌어오면서도 현대적인 관점을 놓치지 않는다. 텅 빈 무대 위 공간이 오로지 소리와 움직임만으로 가득 채워지는 모습은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관객을 표현 너머의 무한한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어리>는 언어(대사)가 가지는 소통적 한계를 극복하는 실험적인 무대를 선보인다. 작품 속 배우들의 감정을 투영하고 해석하는 음악의 연주와 배우의 신체와 움직임을 통해 드러나는 원형적인 감정은 논리적인 언어의 구조를 해체한다. 비언어적인 소리들은 서로 만나고 부딪히며 언어의 세계를 극복한다. 이러한 실험은 무대 위에서 단순히 비언어적인 표현이 대사의 한계성을 보완해주는 것이 아니라 언어가 지시하는 기호만으론 나타내기 힘든 존재의 본질, 인간 내면의 복잡한 의식, 미묘한 심리관계 등을 함축적으로 암시함을 보여준다.
더불어 <어리>의 만의 독특한 전통을 거부하는 전위음악과 배우의 음성 그리고 악기가 즉흥으로 변주되는 새로운 접합은 전통적 장르의 권위 속에서도 새로운 공연예술의 가능성을 모색하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