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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빛난다 2019 강릉 정동진/중앙동


(경기뉴스통신) 푸른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 정동진. 조선 시대 임금이 거처하는 한양의 정동 쪽에 위치한 마을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동네이다. 기해년, 첫 일출을 바라보며 배우 김영철은 잠시 소원을 빌어보는 시간을 가진다. 바다가 주는 멋과 오랜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강릉에서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일곱 번째 여정이 시작된다.



전국 제일의 해돋이 명소로 유명한 정동진, 그 이면엔 이곳 주민들의 삶의 터전인 정동진의 또 다른 모습이 있다. 정동진의 작은 항구를 거닐다가 마주친 낡은 목선 한 척. 김영철은 이른 새벽 조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어부와 해녀를 만난다. 과거 제주도에서 군 복무 중에 만난 해녀와 사랑에 빠져 부부의 연을 맺게 되었다는 정동진 토박이 어부 남편. 그를 따라 제주도 바다에서 정동진 바다로 이주해 정착하게 되었다는 해녀 아내. 바다가 맺어준 이 특별한 인연은 올해 나이 67세의 동갑내기 부부다. 남편은 홀로 배 위에서, 아내는 잠수복을 입고 망망대해 바닷물 속에서 각자 일을 하는 동안 혹여 위험한 일이라도 생길까 서로의 걱정에 노심초사하는 부부. 수십 년 동안 차가운 바닷물에 몸을 맡겼던 부부는 두 명의 자식을 다 키운 후에도 여전히 동트기 전부터 바다를 찾는다. 평생을 동고동락한 바다에서 남은 평생도 함께하고 싶다는 어부 남편과 해녀 아내. 청정 바다만큼이나 순수한 이들 부부의 모습에 김영철은 진정한 부부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강릉으로 향하기 위해 정동진역에 도착한 김영철. 정동진 기차역은 바다와 가장 가깝게 위치해 기네스북에 등재된 역으로도 알려져 있다. 수많은 여행객의 추억을 품고 있을 정동진역. 이곳에서 무궁화호 열차를 기다리며 잠시 향수에 젖어보던 김영철은 옛 추억을 되새기며 당시 기차여행의 필수품이라 할 수 있는 삶은 달걀과 사이다를 구매해 기차에 오른다.



기차의 추억을 뒤로하고 내린 곳은 강릉역. 조금만 걷다 보면 강릉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중앙동에 다다른다. 이곳은 고려 시대부터 중앙의 관리들이 내려와 머물렀던 관아 터가 있는 곳. 대도호부 관아 근처에는 국보 제51호로 지정된 고려 시대 건축물, 객사문을 만나 볼 수 있다. 일제 강점기 때, 관아를 횡단하는 도로를 내고 건물을 허는 통에 이 문만이 외로이 남게 되었다는데. 아픈 역사를 뒤로하고 꿋꿋이 자리를 지킨 객사문은 현재 이 동네를 지켜온 유적으로 남아있다.



한편, 이곳의 관아는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인들의 관공서로 쓰이기도 했다. 따라서 일본인들이 많이 거주했던 중앙동에는 100년이 넘은 일본식 가옥(적산가옥)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적이 남기고 갔다 하여 불리는 적산가옥은 아픈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건물이지만, 현재는 카페나 문화 공간으로 리모델링되어 젊은이들이 찾는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되는 추세이다.



오래된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인 임당동 벽화 골목을 거닐던 김영철은 새해를 맞아 찾아올 손주들을 위해 방앗간에 의뢰한 떡을 찾으러 가는 할머니를 만난다. 할머니의 수십 년 단골집이라는 이 방앗간에는 뿌연 수증기 속에서 가래떡을 뽑고 있는 80대 할아버지가 있다. 알고 보니 할아버지는 이 방앗간의 두 번째 주인. 60년대에 지어졌다는 이 방앗간은 현재 3번째 주인이 7년째 운영하고 있다. 세 번째 주인은 70대 여주인으로 사실 이곳 방앗간의 오랜 단골손님이었다는데. 아내의 병간호를 위해 더 이상 방앗간 운영이 힘들어진 2대 주인을 대신해 단골손님이었던 현재의 여주인이 방앗간을 이어받은 것. 방앗간으로 맺어진 이 특별한 인연이 고마운 2대 할아버지는 일손이 바쁠 때면 지금도 두 팔을 걷고 일을 도와주러 오신다는데. 이곳에서 김영철은 노포가 정겹고 반가운 건, 오래된 건물이 아니라 그곳을 지켜온 사람들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란히 앉아 코다리를 팔면서도 단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는 코다리 5총사 할머니들. 과거, 지붕 없이 맨바닥이었을 때부터 각종 수산물을 팔며 30년이 넘도록 장사를 해 오셨다는데. 세월이 흘러 거리가 정비되면서 지금은 비를 막아주는 지붕도 생기고, 언 몸 녹일 수 있는 난방 시설도 사용할 수 있어 호텔이 부럽지 않다고 입 모아 말하는 할머니들. 진정 작은 것 하나에도 마냥 행복해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에 추운 겨울에도 훈훈한 온기가 전해짐을 느낀다.



길을 따라 걸어간 골목 어귀에서 김영철은 감자를 까고 있는 한 할머니를 만난다. 새벽부터 강판에 감자를 갈고 빚어 옹심이를 만들어 파는 주인 할머니. 과거, 동네 주민들과 고스톱을 치며 출출한 배를 달래기 위해 해 먹던 감자옹심이가 할머니의 손맛에 입소문이 퍼져 결국 가게까지 차리게 되었다는데. 고스톱에 대한 사랑만큼은 과거나 현재나 변함없다는 주인 할머니. 그녀의 손끝에서 탄생한 감자옹심이를 맛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강릉을 찾아온다는 사람들. 음식에 얽힌 우리 평범한 이웃들의 소박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만나본다.



다시 만난 바닷길. 바다를 향해 부채를 펼쳐 놓은 모양과 비슷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은 2천 3백만 년 전의 지각변동을 관찰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해안 단구 지역이다. 그동안 일반인에게는 전혀 공개되지 않다 2016년 10월,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그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서일까?! 수려한 자연 풍광에 그저 넋을 잃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데... 김영철은 눈부신 바닷길을 거닐며 자연이 선물한 천혜 풍경을 감상한다.



강릉 바다를 제2의 삶의 터전으로 삼은 사람들이 있다. 그저 서핑이 좋아 서울서 다니던 직장을 접고 강릉에 정착했다는 39세 서퍼. 지금은 서핑 가게를 운영하며 늘 바다를 바라보며 살고 있다. 39세 서퍼의 강의 시간 중 눈에 띄는 한 사람, 올해 나이 63세, 노익장 서퍼! 공무원 생활하다 정년퇴직한 그는, 아들의 권유로 4년 전 서핑에 입문했다. 서핑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이를 뛰어넘어 친구가 된 두 남자. 서핑하는 순간만큼은 모든 시름과 현실을 잊고 오롯이 현재의 나 자신만을 생각할 수 있기에 이들은 오늘도 바다로 성큼 뛰어든다. 강릉 앞바다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한 이들을 보며 김영철은 바다가 전해주는 생동감을 느낀다.



귀를 기울이면 언제나 들을 수 있는 파도 소리와, 맑고 푸른 동해의 청정 바다를 만날 수 있는 곳, ‘정동진’. 우리의 역사를 소중히 품고 있는 아름다운 동네, ‘중앙동’. 2019년 새해를 맞아 1월 5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제7화. 빛난다 2019 - 강릉 정동진 / 중앙동] 편에서 공개된다.





기사 및 사진제공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