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뉴스통신) 아빠 바라기, 수서소 세 자매
충북 청주의 한 빌라, 저녁 8시만 되면 어김없이 아빠바라기 세 자매가 현관문 앞으로 모여든다. 이윽고 아빠가 ‘수서소~’ 하고 아이들을 부르며 집으로 들어서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달려와 안기는 세 자매. 눈사람처럼 꽁꽁 언 아빠를 전기장판 위에 끌어다 앉히고 아픈 무릎부터 주무르는 첫째 수연이, 이가 안 좋은 아빠를 위해 진밥을 지어 둔 둘째 서연이, 그런 언니들 틈에서 아빠 얼굴에 뽀뽀하기에 여념이 없는 막내 소연이. 엄마가 집을 나간 뒤 넷이 똘똘 뭉쳐 살아온 지 벌써 5년, 당시 크게 낙담한 나머지 생활을 돌보지 못했던 아빠를 일으켜 세운 건 첫째 서연이의 진심 어린 응원이었다. 그 뒤로 세 자매는 스스로 역할을 나눴다. 큰언니 수연이는 막내를 챙기고, 둘째 서연이는 가족의 식사 담당, 막내 소연이는 사고만 치지 않으면 된다. 소중한 아빠를 위해 하는 일들은 세 자매에게 기쁨이고 즐거움이다.
택시기사 싱글대디 모년씨의 고군분투
아빠 모년씨의 세상도 세 딸이 전부다. 아내가 떠난 이후 8살, 6살, 4살짜리 어린 아이들을 돌보며 생계까지 책임져야 해야 했던 모년씨. 오로지 아빠만 바라보는 세 딸을 챙기기 위해 몸이 편한 마트 판매직을 그만두고 시간 운용이 자유로운 택시 운전을 선택했다. 그야말로 딸 바보 모년씨지만, 그럼에도 순간순간 삶이 견딜 수 없이 고되다 느껴질 때면 운전석 앞 아이들 사진을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 쥔다. 한 평 남짓한 택시 안에서 열 두 시간을 버티는 강행군에도 아이들의 애교 섞인 전화 한 통에 속절없이 입이 귀에 걸리는 모년씨. 하지만 종일 운전으로 비명을 질러대는 아빠의 무릎은 관절염으로 너덜해진지 오래고, 정작 손님이 많은 밤 시간에는 아이들 걱정에 일을 나서지 못해 사납금을 채우지 못한다. 결국 휴일에도 일당 일을 뛰는 고된 삶이지만, 아빠는 괜찮다. 아빠니까 괜찮다.
아버지를 지키고픈 세 자매의 약속
동네 이웃들 사이에서 씩씩하고 밝기로 소문난 세 자매이지만, 아이들의 머릿속에는 사실 아빠에 대한 걱정이 가득하다. 엄마가 떠난 뒤 우연히 한밤중에 잠을 깬 둘째 서연이. 어두운 방 안에서 홀로 숨죽여 흐느끼는 사람은 서연이가 세상에서 가장 강하다고 생각했던 아빠였다. 그날 이후, 수서소 세 자매는 손가락을 걸었다. 아빠 앞에서 엄마 얘기 안 하기. 아빠를 꼭 지켜주기. 그 이후 아빠의 구멍 난 양말을 보면 마음이 제일 아프다는 첫째 수연이는 솜씨 좋게 양말을 기우는 살림꾼이 되었고, 아빠의 아픈 이를 걱정하는 둘째 서연이는 누구보다 능숙하게 죽과 계란찜을 만든다. 하지만 떠난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감추는 일 만큼은 애쓴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이런 아이들을 모를 리 없는 아빠는 아무리 신경을 쓰고 열심히 일해도 채울 수 없는 아이들 가슴 속 구멍이 안타깝고 슬프다. 아빠 없이 못 사는 세 자매와 아빠는 과연 서로를 잘 지켜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