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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스페셜 공사창립특집 ‘인간과 습지’ 2편 공존의 땅, 낙동강 하구


(경기뉴스통신) “이 고장 사람들이 젖줄같이 믿어오는 낙동강 물이 맨들어준 우리 조마이섬.길가 수렁과 축축한 둑에는 빈틈없이 갈대가 우거져 있었다.

아침저녁 그 속에서 갈밭새들이 한결 신나게 따그르르따그르르 지저귀어 대면 머잖아 갈목도 빠져 나온다” -요산 김정한의 <모래톱이야기> 中-

도시 한쪽에 자리한 한국의 대표적인 습지 낙동강 하구 강과 바다가 만들어낸 습지와 모래톱에서 인간과 새들이 일구어온 공존의 역사를 들여다본다.

강원도 태백에서 1300리를 흘러온 낙동강이 드디어 바다와 만나는 곳, 낙동강 하구. 도시의 한쪽에 자리한 이 습지는 예로부터 새와 인간이 함께 살아온 공존의 땅이다.

국내 최대의 철새 도래지인 낙동강 하구에는 해마다 50여종 10만 마리 이상의 철새들이 찾아온다. 여름이면 세계적인 보호종인 쇠제비갈매기가 하구의 모래톱에 둥지를 틀고, 가을이면 천연기념물 큰고니떼와 멸종위기종인 저어새가 찾아와 월동을 한다. 멸종위기 1급 종인 참수리도 낙동강 하구의 모래톱이 일군 풍부한 먹이 사슬을 누리며 이곳에서 겨울을 난다.

‘철새들의 낙원’인 낙동강 하구는 인간에게도 ‘풍요의 낙원’이다. 강과 바다가 만나 이루는 기수역은 생산성이 높은 황금어장을 형성해 서부산 앞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어민들에게도 대대로 풍요로운 삶의 터전이 되어 왔다.

거대한 만의 형태를 가진 낙동강 하구에는 강이 퇴적시킨 삼각주가 형성되어 있다. 낙동강이 침식시킨 모래가 유속이 완만한 하구에 이르러 오랜 세월 퇴적되면서 형성된 것이다. 비옥한 삼각주는 거대한 평야로 성장했고 그 땅을 터전으로 새와 인간의 역사도 함께 성장해 왔다. 하구에서는 지금도 강이 씨를 뿌리고 바다가 잉태한 모래톱이 성장하고 있다. 맹금머리등, 도요등, 백합등, 대마등, 장자도, 신자도, 진우도 등 연안 앞바다에서 태어나 점점 확장되어 가는 일곱 개의 모래톱에서는 매년 새로운 생명이 움트고, 사람들은 모래톱의 갯벌이 내어주는 풍족한 자원을 누린다.

해마다 수천 마리의 큰고니가 찾아오는 낙동강 하구. 그러나 올해 찾아온 큰고니 수는 천 마리를 넘지 못했다. 지난 10년 사이 개체수가 줄어든 철새는 큰고니뿐만이 아니다. 여름이면 도요등에서 둥지를 틀고 새끼를 품던 쇠제비갈매기도, 생태지표종인 민물도요도 그 개체수가 대폭 감소했다. 갯벌에 의지해 살아가는 철새들의 개체수가 줄었다는 건 갯벌의 생태계가 달라졌다는 의미다. 낙동강 하구를 터전으로 살아온 어민들의 삶도 예전만큼 풍요롭지 않다. 낙동김 수확량은 10년 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고, 낙동강의 명물이던 재첩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전문가들은 낙동강 하구의 생태계를 바꾼 가장 큰 요인으로 인간의 개발을 꼽았다. 1987년 건설된 낙동강 하굿둑이 강과 바다의 흐름을 단절했고 이로 인한 수질오염과 생태계 변화는 고스란히 새와 인간에게 위협으로 돌아왔다. 8-90년대부터 급속도로 진행되어온 낙동강 하구의 주변 개발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25년 만에 콘크리트 숲 속 오아시스가 되어버린 습지, 낙동강 하구. 개발의 그늘 아래서 새와 인간은 과연 언제까지 공존할 수 있을까.





기사 및 사진제공 : KBS